심부전 진행 억제하는 새로운 열쇠 발견: 심장 섬유아세포 신호 전달 경로의 비밀¶
원제목: Inhibiting CXCL1-CXCR2 Interactions Slows the Progression of Heart Failure in an Animal Model
핵심 요약
- 심부전 상태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심장 섬유아세포(HF-Fibro)가 심장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 이 HF-Fibro 세포는 MYC라는 전사 인자를 통해 CXCL1이라는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키며, 이 CXCL1이 심근 세포의 CXCR2와 결합하여 심부전 악화를 초래함을 확인했습니다.
- CXCL1-CXCR2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심부전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동물 모델 실험에서 증명했습니다.
상세 내용¶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충분히 펌핑하지 못하는 다양한 심장 기능 부전을 총칭하는 질환입니다. 이는 심장 근육의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며, 이러한 변화는 보상 작용일 수도, 부적응적인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심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죽상경화증으로 인한 주요 혈관 협착이 있으며, 혈관 내 플라크 파열로 인한 심근경색 생존자 역시 심장 기능 저하로 심부전에 이를 수 있습니다. 고혈압 역시 장기간의 혈압 조절 메커니즘 이상으로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고 약해져 심부전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심방세동이나 폐고혈압과 같은 다른 원인도 있지만, 고령층에서는 동반 질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연구는 심부전 상태에서만 새롭게 등장하는 특정 심장 섬유아세포(HF-Fibro)의 해로운 역할을 규명했습니다. 섬유아세포는 주로 세포 외 기질 생성을 담당하며, 노화되거나 손상된 심장에서는 흉터 조직(섬유증)을 생성하여 기능을 저하시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발견된 HF-Fibro는 단순히 섬유증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심근 세포의 행동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것이 심부전의 진행을 늦추고 심근 세포의 부적응적인 기능 변화를 예방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심부전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연구들이 주로 심근 세포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이 연구는 심장 섬유아세포의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심장 섬유아세포는 주로 심장 조직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들이 심근 세포를 포함한 다른 세포 유형과 직접적인 상호작용 및 주변 신호 전달을 통해 소통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하여 심장 섬유아세포는 표현형을 동적으로 변화시키며, 심근경색 후에는 근섬유아세포(myofibroblast)나 마트리피브로사이트(matrifibrocyte)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압력 과부하를 유발한 쥐 심장 조직에 대한 단일 세포 R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정상 심장, 고혈압성 비대 심장, 그리고 심부전 심장 간의 심장 섬유아세포 이질성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심부전 심장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HF-Fibro라는 새로운 아형을 발견했습니다. 이 HF-Fibro는 심근경색 시 활성화되는 섬유아세포에서 발현되는 Postn을 발현했지만, 근섬유아세포나 마트리피브로사이트에서 주로 나타나는 Acta2나 Chad는 발현하지 않아, 기존의 아형과는 다른 특성을 가짐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HF-Fibro는 전사 인자인 Myc를 높게 발현했는데, 심장 섬유아세포에서 Myc를 제거했을 때 심장 기능이 개선되었으나 섬유증은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Myc는 케모카인인 CXCL1의 발현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며, HF-Fibro에서는 CXCL1 발현이 증가하고 Myc 결핍 시에는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CXCL1의 수용체인 CXCR2는 심근 세포에서 발현되며, CXCL1-CXCR2 축을 차단했을 때 심부전이 완화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나아가 CXCL1은 어린 쥐 및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심근 세포의 수축 기능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간의 심부전 환자로부터 얻은 심장 섬유아세포 역시 정상인에 비해 MYC와 CXCL1 발현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HF-Fibro 세포가 MYC-CXCL1-CXCR2 경로를 통해 심부전에 기여하며, 이는 심근 세포 외에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발견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노트¶
이번 연구는 심부전이라는 복잡한 질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새로운 지점을 제시합니다. 그동안 심부전 연구는 주로 심장 자체를 구성하는 심근 세포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심장 내에서 동반자처럼 존재하는 심장 섬유아세포, 특히 심부전이라는 특정 상태에서만 등장하는 'HF-Fibro'라는 특별한 유형의 섬유아세포가 질병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마치 성실하게 일만 하던 공장 직원이 특정 위기 상황에서만 나타나 문제를 일으키는 '돌연변이' 직원으로 변모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MYC라는 스위치와 CXCL1이라는 신호 물질, 그리고 CXCR2라는 수신기가 만들어내는 'CXCL1-CXCR2 신호 전달 경로'에 있습니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특정 세포(HF-Fibro)에서는 MYC라는 스위치가 켜지면서 CXCL1이라는 신호 물질을 과도하게 만들어냅니다. 이 CXCL1은 심장 근육 세포(심근 세포)에 있는 CXCR2라는 수신기와 결합하여 심근 세포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심부전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이 경로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동물 모델에서 심부전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는 곧, 우리 몸의 '통신망' 중 하나인 이 신호 전달 경로를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현재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심부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