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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빅파마, 노화 연구의 '결별'…11년 협력 종지부 찍은 애브비와 칼리코

원제목: AbbVie parts ways with Calico

핵심 요약

  • 애브비와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의 11년간 이어진 노화 연구 협력이 종료되었습니다.
  • 수조 원 이상의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임상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협력 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이번 협력 중단은 바이오텍 업계에 노화 연구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전략적 재정렬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상세 내용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AbbVie)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 산하의 노화 연구 전문 바이오텍 기업 칼리코(Calico Labs)가 11년 만에 파트너십을 종료했습니다. 이 소식은 제약 업계의 거대 기업과 빅테크 기업 간의 고위급 협력의 종지부를 알리는 중요한 사건으로, 약 100여 명의 과학자와 화학자들이 이번 연구 프로그램 해체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4년에 설립된 이 협력 관계는 애브비의 오랜 신약 개발 인프라와 칼리코가 보유한 노화 및 신경 퇴행성 질환에 대한 심층적인 생물학적 접근 방식을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수차례의 갱신과 총 1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 협력은 제한적인 임상적 성공만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칼리코의 루게릭병(ALS) 치료제 후보 물질인 포시코티페이터(fosigotifator)는 임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애브비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생물학 제제 및 첨단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칼리코와의 핵심 업무였던 소분자 신약 개발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애브비와 칼리코의 파트너십 종료는 단순히 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넘어, 노화 연구 분야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화의 생물학적 원리는 보편적일 수 있지만, 이를 수익성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칼리코가 막대한 자원과 우수한 인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화 연구가 생물학 자체의 속도에 맞춰 진행된다는 점, 즉 미토콘드리아나 노화 세포 등이 자본 투자만으로는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노화 연구 분야의 성숙을 보여주는 동시에, 투자자들이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기업들이 연구 초점을 좁히며 과장된 기대보다는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을 요구하는 변화를 반영합니다. 지난 10년이 노화를 치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노화 치료제의 상용화 가능성을 증명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실패 경험은 종종 막대한 투자보다 더 빠르고 값진 교훈을 줍니다.

애브비의 결정은 근본적인 노화 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탐구보다는 단기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실용적인 후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의 긴 시간은 이제 막 초기 단계에 있는 분야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구글의 데이터와 의지가 충분하다면 노화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다는 알파벳의 신념으로 시작된 칼리코의 야심 찬 출발은 실리콘밸리의 오만함, 즉 충분한 전산적 의지만으로 생물학을 제어할 수 있다는 가정을 담고 있었습니다. 비록 인실리코(Insilico)와 같은 일부 기업들이 AI 기반 신약 개발이 끈질긴 노력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애브비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인내심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별을 노화 바이오텍 산업의 종말이 아닌, 재조정의 과정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산업은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해 과학적 독창성뿐만 아니라 전략적 지구력, 그리고 '달 탐사'와 같은 거대한 목표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줄여야 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칼리코 측은 애브비와의 파트너십이 칼리코의 임상 개발 역량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는 자체적인 개발 인프라를 확장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편집자 노트

이번 애브비와 칼리코의 결별 소식은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우리 삶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뉴스입니다. 간단히 말해, '애브비'는 우리가 잘 아는 유명 의약품을 만드는 큰 제약 회사이고, '칼리코'는 구글의 모회사가 만든, '사람이 늙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첨단 바이오 회사입니다. 이 두 회사가 11년 동안 손잡고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가 넘는 돈을 들여 노화의 비밀을 파헤치고 이를 치료제로 만들려고 했으나, 결국 '우리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AI와 빅테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현실적으로 점검하게 합니다. 칼리코는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노화를 정복하려 했지만, 생명 현상의 복잡성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만 좋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특히 생명 과학 분야에서는 오랜 시간과 인내,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앞으로 우리는 노화 연구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 경험은 앞으로 다른 제약 회사들이 노화 연구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우리에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건강 수명 연장 방법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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