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손상 부위서 발견된 '이종(異種) 세포 재생' 현상: 제1형 당뇨병 치료의 실마리 될까?¶
원제목: SUN-552 Evidence for EndocrineCellRegeneration in the Human Pancreas: Regions of Exocrine Metaplasia Contain More EndocrineCellClusters Than Normal …
핵심 요약
- 췌장의 외분비 조직 손상 시, 그 재생 과정에서 내분비 세포의 증식이 관찰된다는 점을 규명했음.
- 특히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췌장 조직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임.
- 이는 손상된 췌장에서 새로운 인슐린 생성 세포를 복원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당뇨병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함.
상세 내용¶
췌장의 외분비와 내분비 구획은 기능적으로는 다르지만, 발생학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제1형 당뇨병(T1D)의 경우,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 세포가 파괴되기 때문에, 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새로운 베타 세포의 근원을 찾는 것은 질병 치료법 개선을 위한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비만이나 임신과 같은 일부 조건에서는 기능적인 내분비 세포 군집이 확장되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인체 췌장에서 이러한 베타 세포 증식의 정확한 원천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시나르-도관(ductal) 대사형성(acinar-to-ductal metaplasia, ADM)'은 췌장의 외분비 조직이 외부 손상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적응성 반응의 일종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ADM이 나이가 들거나 제2형 당뇨병(T2D) 환자에게서 증가하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ADM이 일어나는 재생 중인 외분비 조직 내에서 세포 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 과정을 통해 내분비 세포 또한 증식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연구팀은 당뇨병이 없는(ND) 35명, 제1형 당뇨병(T1D) 12명, 제2형 당뇨병(T2D) 24명의 기증자로부터 얻은 이식 등급의 인간 췌장 조직을 분석했습니다. 이 조직 샘플들은 CODEX 멀티플렉스 이미징 시스템을 사용하여 C-펩타이드(CPEP), 글루카곤(GCG), 소마토스타틴(SST) 항체로 염색되었으며, 이후 H&E 염색을 통해 정상적인 선포(acinar) 조직, 정상적인 도관(ductal) 조직, 그리고 ADM 부위를 식별했습니다. 분석에서는 대규모 췌도(islets, >2,000µm²)는 제외하고, 각 부위 내 호르몬 양성 세포의 비율을 정량화했습니다.
분석 결과, 모든 기증자 그룹에서 정상적인 도관 부위가 정상적인 선포 조직보다 더 높은 비율의 GCG, CPEP, SST 양성 세포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ADM 부위는 일반적인 선포 조직보다 훨씬 더 많은 호르몬 양성 세포(GCG, CPEP, SST)를 나타냈으며, 일반적인 도관 부위보다도 GCG 및 CPEP 양성 세포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한, ND 그룹과 T1D 그룹을 비교했을 때, T1D 그룹의 선포 조직에서는 ND 그룹보다 GCG 및 SST 양성 개별 세포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으나, ADM 부위에서는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통적인 조직학적 분석과 고급 멀티플렉스 면역염색 기법의 결합을 통해, ADM이 발생하는 부위에는 정상적인 선포 또는 도관 조직보다 더 많은 수의 작은 내분비 세포 군집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세포 군집은 재생 중인 내분비 세포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의 정확한 기원과 이러한 변화를 유발하는 동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발견은 췌장 외분비 조직의 재생 과정이 내분비 세포의 생성과도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제1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편집자 노트¶
이번 연구는 췌장이라는 장기의 놀라운 자가 재생 능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 세포가 자가면역 공격으로 파괴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췌장의 일반적인 기능 세포인 외분비 조직이 손상되거나 재생되는 과정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내분비 세포가 '새롭게' 생성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이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은, 손상된 췌장에서 어떻게든 인슐린을 만들려는 신체의 자체적인 노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주목할 만합니다.
단순히 '세포 재생'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기서 핵심은 '이종(異種) 세포 재생'이라는 개념입니다. 즉, 원래의 기능이 달랐던 세포(외분비 세포)가 특정 조건 하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내분비 세포)로 '변신'하거나, 그러한 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줄기세포 치료나 유전자 치료와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으로, 우리 몸 안에 이미 존재하는 세포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작은 세포 군집이 실제로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는 성숙한 베타 세포로 발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어떻게 조절하여 안정적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앞으로도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