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신(新)파시즘의 위험한 결합: 실리콘밸리와 극우의 만남¶
원제목: Rainer Mühlhoff (2025): Künstliche Intelligenz und der neue Faschismus
핵심 요약
- 인공지능(AI)은 권력과 통제를 축적하고 행사하는 기술로서, 파시즘적 잠재력을 가진 신우익(Alt-Right) 정치와 결합될 때 위험성이 증폭됨을 주장함.
- 실리콘밸리의 엘리트 기술 이데올로기와 신우익 정치가 시너지를 이루며 파시스트적 경향을 낳고 있으며, 특히 AGI(범용 인공지능) 개발 추구가 이 결합의 핵심 축이 된다는 분석임.
- TESCREAL로 요약되는 실리콘밸리의 급진적 자유주의, 기술 결정론, 사회 진화론적 사상이 신우익의 이념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위협을 형성하고 있음을 경고함.
상세 내용¶
라이너 뮐호프(Rainer Mühlhoff)의 저서 '인공지능과 신(新)파시즘'은 최근 미국 정치와 기술 산업의 이면에 깊숙이 자리한 위험한 동맹을 파헤칩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드러난 권위주의적 경향은 많은 우려를 낳았으며, 행정부의 급진적인 재편, 기관의 와해,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위협과 비방은 민주적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리콘밸리의 일부 기술 거물들이 트럼프의 파괴적인 정치에 동조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스페이스X), 피터 틸(페이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마크 안드레센(안드레센 호로위츠) 등은 대표적인 예시로 꼽힙니다.
이 책은 이러한 신우익(Alt-Right) 운동과 미국 기술 세계의 새로운 결합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저자는 AI 윤리학자이자 기술 철학자로서 정치 이론의 영역에 도전하며, '파시스트적 잠재력이 신우익 정치와 엘리트 기술 이데올로기 간의 시너지에서 발생한다'는 핵심 주장을 펼칩니다. 여기서 인공지능(AI)은 이러한 결합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합니다. 뮐호프는 AI에 대한 여러 장의 할애를 통해 기술 자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후, 트럼프 시대와 유사한 파시즘적 현상이라는 정치학적으로 중요한 논점에 도달합니다.
저자는 AI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에서, AI가 본질적으로 '권력과 통제를 축적, 확보, 행사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결론짓습니다. 이는 새로운 통찰은 아닐 수 있지만, 저자의 논증 전개에 있어 중요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또한 AI 시스템이 다양한 편견(biases)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AI의 편향성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머스크 등이 주도했던 것처럼 '슬림화된' 즉, 약화된 권위주의 국가 기구 내에서 AI가 적용될 때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뮐호프는 AI를 실리콘밸리와 신우익, 이 두 세계를 잇는 '경첩'으로 봅니다. 특히 그가 비판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바로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인간 수준 이상의 '초지능'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입니다. AGI 개발 추구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여러 기술 흐름의 중심에 있으며, 이는 TESCREAL이라는 약어로 요약되는 이념적 흐름과 연결됩니다. TESCREAL은 트랜스휴머니즘, 엑스트로피아니즘, 특이점주의, 코스미즘, 합리주의, 효과적 이타주의, 장기주의 등을 포괄합니다.
이러한 TESCREAL을 구성하는 사상들은 주로 실리콘밸리의 파괴적인 혁신 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급진적 자유주의, 기술 결정론, 그리고 어느 정도는 명백한 사회 진화론적 이데올로기를 공유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TESCREAL에 속한 많은 사고방식들이 오늘날 신우익 운동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뮐호프는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사상적 흐름을 '어둠의 사상'이라고 칭하며, AI, 특히 AGI 개발을 매개로 하여 기술 엘리트주의와 극우 이념이 어떻게 결합되어 새로운 정치적 위협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편집자 노트¶
라이너 뮐호프의 '인공지능과 신(新)파시즘'은 단순히 기술과 정치의 융합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뒤흔들 수 있는 심오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신우익(Alt-Right)'이나 'TESCREAL' 같은 개념들이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기술 개발, 특히 AGI(범용 인공지능)라는 미래 지향적인 목표와 결합되어 현실 정치의 위험한 흐름을 형성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의 핵심은 AI가 그 자체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특정 이데올로기와 결합될 때 권력 강화와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입니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우리는 종종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AI와 같은 강력한 기술이 어떻게 특정 정치적, 이념적 세력에 의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결합이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에 어떤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이 추구하는 급진적인 자유주의와 미래 사회에 대한 낙관론적 전망이, 현실 정치에서는 권위주의적인 흐름을 지지하는 세력과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외국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술 발전과 정치적 담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