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호르몬으로 성별 전환 및 새 줄기 형성하는 비밀 밝혀지다¶
원제목: Cellularbasis of ABA‐induced de novo meristem formation and sex‐type conversion in Ceratopteris gametophytes
핵심 요약
- 고사리에서 ABA 호르몬이 성별 전환과 새로운 줄기 형성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단일 세포 수준에서 규명했음을 보여줌.
- ABA는 줄기 형성 촉진뿐만 아니라 분열 억제라는 이중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이는 세포 운명 재설정과 관련 있음을 시사함.
- 이번 연구는 식물에서 환경 신호에 따른 호르몬 조절 세포 재프로그래밍 및 성별 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함.
상세 내용¶
식물 생장의 핵심인 줄기(meristem)는 연속적인 성장과 기관 형성을 담당하며, 특히 씨 없는 식물인 고사리에서는 배우체(gametophyte) 단계에서도 독립적으로 줄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모델 고사리인 Ceratopteris richardii는 배우체가 암수 한 몸(hermaphrodite) 또는 수컷(male)으로 발달하며, 암수 한 몸 배우체는 안테리디오젠(antheridiogen)이라는 페로몬을 분비하여 미분화된 배우체를 수컷으로 유도합니다. 수컷 배우체는 안테리디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줄기가 없고 오직 정자 생성 기관인 안테리디움(antheridium)만을 생산합니다. 본 연구는 식물 호르몬인 앱시식산(ABA)이 안테리디오젠 신호 전달을 길항하여 고사리 배우체의 성별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이전까지 ABA가 유도하는 줄기 형성 및 성별 전환의 세포 동역학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본 연구에서는 비침습적인 장시간 공초점 영상 촬영 기법을 활용하여 Ceratopteris의 ABA 유도 수컷-암수 한 몸 배우체 전환 과정을 단일 세포 해상도로 관찰했습니다. 세포 계통 분석 결과, ABA는 안테리디오젠 제거 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하게, 단일 줄기 전구세포(meristem progenitor cell, MPC)로부터 새로운 줄기(de novo meristem)를 형성하도록 유도함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ABA는 줄기 형성에 필수적인 세포 운명 재설정을 촉진하는 동시에, 발달 중인 줄기 계통 내의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이중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양한 안테리디오젠 및 ABA 처리 조합을 이용한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이러한 ABA의 이중적 기능은 분리될 수 있지만, 모두 기능적인 ABA 신호 전달 체계를 필요로 함을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환경 신호에 의해 촉발되는 줄기 형성의 보존된 기작과 계통 특이적인 기작을 모두 밝혀내며, 호르몬 매개 세포 재프로그래밍 및 성별 결정 과정에서의 세포 증식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편집자 노트¶
이번 연구는 식물의 발달과 성별 결정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호르몬 작용과 세포 수준에서의 변화를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식물이 어떻게 성별을 바꾸고, 또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성장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ABA라는 식물 호르몬이 단지 생장 억제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의 운명을 바꾸고(재프로그래밍)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단일 세포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밝혀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는 단순히 학술적인 의미를 넘어, 식물의 생장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식량 작물의 생산성 증대나 환경 변화에 대한 식물의 적응력을 높이는 데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더욱이, ABA가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줄기 형성을 촉진하는 상반된 작용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발견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식물이 복잡한 환경 변화에 정교하게 반응하며 생존 전략을 구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다양한 신호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줍니다. 이번 연구는 고사리와 같은 씨 없는 식물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다루었지만, 줄기 형성이라는 기본적인 생명 현상은 모든 육상 식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이러한 연구 결과는 벼, 밀, 옥수수와 같은 주요 작물에서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래 식량 안보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