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공학의 거장 로드니 브룩스, "휴머노이드 로봇 거품" 경고: 과도한 기대에 대한 냉철한 시선¶
원제목: Rodney Brooks Warns: "We Are in a Humanoid Robot Bubble" - Lapaas Voice
핵심 요약
- 로봇 공학 권위자 로드니 브룩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과도한 투자와 기대로 인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음을 경고함.
-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정교한 조작 능력, 긴 배터리 수명, 대량 생산을 통한 경제성 확보 등 실제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적 및 경제적 난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임.
- 단기적으로 거품 붕괴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결국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촉진하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생존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장기적 전망도 제시됨.
상세 내용¶
로봇 공학계의 선구자이자 iRobot의 공동 창립자인 로드니 브룩스 전 MIT 교수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대해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거품 속에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그는 2025년 9월 25일 인터뷰에서 Figure AI나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을 과거의 닷컴 버블이나 인공지능(AI) 열풍에 비유하며, 현재의 과도한 기대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올해에만 이 분야에 25억 달러(약 3조 4천억 원) 이상의 벤처 캐피탈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브룩스 교수는 정교한 조작 능력, 배터리 수명, 높은 생산 비용 등 기술적 난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상용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결국 고통스러운 조정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경고는 인공지능의 부상과 함께 로봇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투자자와 혁신가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브룩스 교수는 소비자 로봇 시장에 혁명을 가져온 룸바(Roomba)의 공동 개발자로서, 그의 비판은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다. 그는 MIT 슬론 스쿨 강연에서 테슬라 옵티머스나 Figure의 공장용 모델들이 놀라운 잠재력을 약속하지만, "실용적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불규칙한 물체를 정확하게 잡거나,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스스로 이동하고, 잦은 충전 없이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등의 핵심적인 기술적 과제들이 1980년대 AI 겨울의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존하는 프로토타입들이 시연에서는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취약하며, 에너지 효율성이 낮아 배터리 지속 시간이 몇 시간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내포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브룩스 교수는 현 상황을 '환상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노동자(시간당 30달러)보다 훨씬 저렴한 시간당 10달러로 노동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력적이지만, 수백만 대 규모의 로봇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투자자들은 오픈AI(OpenAI)가 Figure에 투자하는 것처럼 AI 기술 통합에 현혹되어, 로봇 공학의 근간이 되는 센서, 액추에이터, 소프트웨어 신뢰성 등 이른바 '배관 작업(plumbing)'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룩스 교수는 2019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웨이모(Waymo)와 크루즈(Cruise)가 규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그의 예측은 상당 부분 맞아떨어지고 있다.
2025년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전례 없는 투자가 몰려든 해로, 전년 대비 150% 증가한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다. 테슬라의 '위, 로봇(We, Robot)' 행사에서 옵티머스가 10억 달러의 선주문을 받았고, Figure AI는 6억 7,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26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현대자동차가 소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역시 시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지만, 브룩스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서 닷컴 버블 당시의 "지으면 올 것이다(build it and they will come)"라는 잘못된 믿음의 그림자를 본다고 경고한다. 총 25억 달러의 벤처 투자는 초기 자율주행차 분야의 투자 규모와 비슷하지만, 입증된 사용 사례는 훨씬 적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브룩스 교수는 이러한 거품 현상을 과거의 여러 사례와 비교하며 교훈을 강조한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Pets.com이 전자상거래의 꿈으로 3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받았지만, 물류 실패로 인해 붕괴했던 전례는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교한 조작 난제와 유사하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AI 겨울은 일반화 능력이 부족한 전문가 시스템에 수십억 달러가 낭비된 시기였고, 이는 로봇 제어에 대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지나친 의존과 흡사하다고 보았다. 또한 2022년 NFT 시장이 고점 대비 90% 폭락했던 암호화폐 시장의 사례를 들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투자 수익률(ROI) 실현 시점이 "2026년"에서 "2035년"으로 지연될 경우 유사한 폭락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맥킨지(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수익성 없는 시범 사업에서 발을 뺄 경우 50~70%의 가치 하락이 예상되지만, 브룩스 교수는 "거품은 터지지만, 아마존(Amazon)처럼 살아남은 기업은 더 강해진다"며 낙관적인 장기적 관점도 제시한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자와 기업, 정책 입안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투자자들은 순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보다는 엔비디아(Nvidia)와 같이 로봇의 핵심 부품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이네이블러(enabler)' 기업으로 투자를 다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로봇 기업들은 거품 붕괴에 대비하여 가정용 로봇보다는 물류 창고와 같은 특정 틈새 시장의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 로봇 공학 기술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CHIPS 법'과 유사한 보조금 지원을 고려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거품 붕괴가 혁신을 둔화시킬 수 있지만, 브룩스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노동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지만, 당장은 아닐 것"이라며 장기적인 가능성을 믿는다. 미국 제조업 분야에서 200만 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등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본질적인 유용성은 거품 여부와 상관없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편집자 노트¶
로드니 브룩스 교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거품 경고는 일반 대중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최근 테슬라 옵티머스 등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의 화려한 시연 영상들을 접하며, 많은 분들이 마치 영화 속 로봇이 당장이라도 우리 생활에 들어올 것처럼 기대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브룩스 교수는 이러한 시연과 실제 상용화 사이에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너무나도 많다고 지적하며, 투자와 기대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과거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사례와 유사하며, 로봇 기술의 본질적인 한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입니다.
이 기사의 핵심은 '거품'이라는 개념을 로봇 공학 분야에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거품이란 기업의 내재 가치나 기술적 현실을 뛰어넘는 과도한 투기와 기대로 인해 자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인간처럼 정교하게 물건을 잡고, 복잡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한 번 충전으로 장시간 작동하는 등의 기술적 과제들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브룩스 교수는 이러한 '하드웨어'의 현실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라는 최신 기술이 로봇에 통합되면서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포장되는 '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결국 거품 붕괴로 이어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기고, 장기적으로는 로봇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고는 우리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단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 집안일을 돕거나 공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늦춰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브룩스 교수는 거품이 터진다고 해서 기술의 본질적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마치 닷컴 버블 이후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생존하여 우리 삶을 혁신했듯이,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특정 분야에서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류 창고나 단순 반복 작업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심화될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중요한 해답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기술의 본질과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에 주목하며 긴 호흡으로 로봇 산업의 발전을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