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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노화 속도에 복잡한 영향… 환경 따라 달라지는 진화적 희생

원제목: Having children plays a complicated role in the rate we age | New Scientist

핵심 요약

  • 출산과 노화 속도 사이의 연관성은 어머니의 환경적 조건에 따라 달라짐을 연구 결과가 시사함.
  • 엄혹한 시기에 출산한 여성들은 아이 한 명당 평균 수명이 6개월씩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음.
  • 이번 연구는 진화 과정에서 생식 우선순위와 개체 유지 비용 간의 균형을 환경적 요인이 어떻게 좌우하는지 보여줌.

상세 내용

인류는 오랫동안 노화의 원인을 탐구해왔으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내부 수분의 점진적 건조가 노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일회용 체세포 가설'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생식이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기 때문에 발생하는 진화적 희생의 대가라는 설명입니다. 즉, 자녀를 낳고 기르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DNA 복구나 질병 퇴치, 장기 유지 등에 필요한 자원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은 특히 임신과 수유를 통해 남성보다 더 많은 생식 투자를 하는 여성에게 더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출산 횟수와 수명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기존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연구는 가설을 지지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특별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출산과 짧은 수명 사이의 상관관계와 근본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여러 세대에 걸친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연구의 불일치는 출산으로 인한 비용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시하는 연구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좋은 시기'에는 이러한 희생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힘든 시기'에만 비로소 명확해진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250년에 걸친 4,500명 이상의 핀란드 여성들의 교구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이 데이터에는 1866년부터 1868년까지의 '대기근' 시기가 포함되어 있어, 어려운 시기가 생식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 대기근 이전이나 이후에 거주했거나, 혹은 대기근 기간 동안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들의 경우, 출산 횟수와 수명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기근 기간 동안 출산을 한 여성들의 경우,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평균 수명이 6개월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약 2세기 동안 감시된 캐나다 퀘벡의 산업화 이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작년 연구와도 맥을 같이 하는데, 당시 연구는 건강이 좋지 않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높은 어머니들에게서 이러한 희생을 보여주었지만, 특정 환경 조건의 영향은 깊이 탐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특정 비극적인 사건이 어머니들에게서 이러한 진화적 희생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동인임을 강조합니다. 방대한 데이터셋 덕분에 유전학이나 생활 습관과 같은 교란 요인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통제된 실험실 환경이 아닌 이상, 이러한 규모의 데이터셋을 통해 인과관계를 거의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임신과 수유가 하루에 수백 칼로리의 추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는데, 기근 시기에 여성들이 음식을 통해 이 에너지를 얻지 못하면 신체는 기본 대사량을 낮추고 다른 중요한 기능을 둔화시키거나 중단시켜 건강 저하와 수명 단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에서만 이러한 희생이 발견된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편집자 노트

이번 '뉴 사이언티스트' 기사는 노화 연구 분야에서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흔히 '나이 든다'고 할 때, 단순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 활동의 대가로 노화가 진행된다는 '일회용 체세포 가설'을 기반으로, 특히 '출산'이라는 행위가 노화 속도에 미치는 복잡한 영향을 환경적 요인과 연관 지어 분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기사는 그 이유를 여성의 높은 생식 부담과 연결 짓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출산 횟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며, 특히 '어려운 환경'이라는 변수가 이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기사에서 소개된 핀란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기근'이라는 극단적인 환경 변화를 통해 출산의 진정한 비용을 측정했습니다. 이는 마치 신체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공급받는 극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생식 활동이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즉, 풍족한 환경에서는 생식과 생존 사이의 균형이 비교적 쉽게 유지되지만,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 선택의 결과가 바로 노화의 가속화나 수명 단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유전적 요인이나 개인의 생활 습관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환경'이 우리의 생명 주기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단순히 학술적인 호기심을 넘어, 우리 삶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인구 감소 문제나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환경적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급격한 기후 변화나 팬데믹과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개인의 생식 활동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앞으로의 장수 연구는 이러한 환경적 변수와 생식 부담 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함으로써, 인류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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