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접착제, 삼원 복합체에서 물 매개 수소 결합 안정화 기술 규명¶
원제목: Molecular glues stabilize water-mediated hydrogen bonds in ternary complexes
핵심 요약
- 분자 접착제가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안정화하여 약물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음.
- 분자 접착제가 단백질의 유연성과 단백질 간 물 매개 수소 결합 패턴을 변화시켜 상호작용을 조절함.
- 향후 분자 접착제 개발 시 물 매개 수소 결합의 역할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함.
상세 내용¶
단백질 간 상호작용(PPI)은 생명 현상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의 변화는 질병과 연관될 수 있어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안정화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분자 접착제(molecular glues)'는 표적이 되는 단백질과 효과 단백질(effector protein) 간의 결합을 촉진하거나 기존의 결합을 안정화하여 새로운 삼원 복합체(ternary complex) 형성을 유도하는 소분자 화합물입니다. 이러한 분자 접착제는 기존에 약물 개발이 어려웠던 '약물 내성(undruggable)'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분자 접착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째,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분해성(degradative)' 분자 접착제입니다. 둘째,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안정화하거나 비분해적인 방식으로 조절하는 '비분해성 또는 PPI 안정화(non-degradative or PPI stabilizers)' 분자 접착제입니다. 셋째, 단백질 자체의 자가 응집을 유도하는 유형입니다. 본 연구는 두 번째 유형, 즉 PPI 안정화 분자 접착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전 연구에서 잘 알려진 PPI 안정화 분자 접착제로는 라파마이신(Rapamycin)과 타크로리무스(Tacrolimus)가 있습니다. 이들은 면역억제 단백질인 FKBP12에 높은 친화도로 결합하며, 이후 FRAP(mTOR) 및 칼시뉴린(calcineurin)과 같은 단백질과의 삼원 복합체를 안정화시킵니다. 이 복합체들은 다양한 기전을 통해 면역 억제 효과를 나타냅니다. 최근에는 Warp Drive Bio Inc.가 개발한 천연물 WDB0002도 FKBP12에 결합하며, FKBP12와 인간 중심체 단백질 250(CEP250) 사이의 분자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CEP250은 NEK2에 의한 중심체 분리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 연구는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여 분자 접착제가 단백질 구조 및 PPI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분자 접착제가 특정 부위의 단백질 유연성을 감소시키는 등 단백질의 구조적 유연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분자 접착제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 매개 수소 결합의 패턴과 안정성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물 매개 수소 결합은 단백질과 그 파트너 간의 결합 강도 및 특이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분자 접착제가 단백질의 유연성을 조절하고 물 매개 수소 결합의 안정성을 변화시킴으로써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약물 내성'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향후 분자 접착제 설계를 할 때 물 매개 수소 결합의 역할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질병 치료를 위한 정밀 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편집자 노트¶
이번 연구는 '분자 접착제(molecular glues)'라는 비교적 최신 개념을 다루고 있습니다. 분자 접착제는 쉽게 말해, 원래는 잘 붙지 않는 두 개의 단백질을 마치 강력한 접착제처럼 서로 잘 붙게 만들어주는 작은 화합물입니다. 우리 몸에서 단백질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다양한 생명 활동을 조절하는데, 이 관계가 틀어지면 질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기존에는 이런 단백질들의 작용을 막는 약물 개발에 집중했지만, 이 논문에서 다루는 분자 접착제는 오히려 단백질들의 '관계'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주거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돕는다는 점에서 혁신적입니다.
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약물 내성' 단백질, 즉 기존 방식으로는 약을 만들기 어려웠던 단백질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라파마이신이나 WDB0002와 같은 실제 분자 접착제의 예를 통해, 이 화합물들이 단백질의 구조적인 움직임과 단백질 사이에 존재하는 물 분자의 결합 패턴을 변화시켜 안정적인 복합체를 만든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밝혀냈습니다. 즉, 단순히 '붙여주는' 것을 넘어, 물 분자를 매개로 하는 미세한 화학적 상호작용까지 조절하여 단백질 기능을 바꾸는 원리를 파악한 것입니다.
이러한 분자 접착제 기술은 앞으로 우리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부족한 많은 질병들이 단백질 상호작용 이상과 관련이 깊기 때문입니다. 분자 접착제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약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질병 표적을 공략하여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나 질병 상태에 맞춰 단백질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맞춤형 치료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물 분자와의 상호작용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 분자 접착제 설계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